지글지글, 기름 떨어지는 소리만큼이나 마음 설레게 하는 단어, 삼겹살.
바삭하게 구워져 노릇한 자태를 뽐내는 삼겹살 앞에서는 그 누구라도 무장 해제되기 마련이죠.
윤기 좔좔 흐르는 껍데기까지 완벽한 삼겹살 한 점은 가히 천상의 맛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삼겹살은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입니다.
남들은 당연하게 누리는 고기의 향연을 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죠. 제게는 '쓸개'라는 녀석이 없습니다.
흔히들 담즙 저장소라고 부르는 그 주머니 말이죠. 고기를 섭취하면 담즙이 분비되어 소화를 돕는다고 하는데, 저는 그 과정이 생략되어 버립니다.
마치 자동차에 윤활유 없이 엔진만 돌아가는 셈이니, 고기를 먹을 때마다 속은 불편함으로 아우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우리 몸은 참으로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줍니다.
2~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니 이제는 아주 조금씩이나마 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소화 효소가 부족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니, 몸에 그리 좋을 리는 없을 겁니다. 어쩌면 저는 '쓸개 빠진' 채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쓸개 빠진 놈'이라는 말의 유래가 떠오릅니다.
사슴이나 노루 같은 초식동물을 사냥할 때 소리를 지르면, 이 녀석들이 혼란스러워하며 갈피를 못 잡는 모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군요.
초식동물에게는 쓸개가 필요 없으니, 어쩌면 이 말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을 빗대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기를 소화시키는 데 쓸개가 절실한 저에게는 왠지 모를 씁쓸함으로 다가오는 단어입니다.
지난 일요일에도 어김없이 고기 파티가 열렸습니다.
이날의 메뉴는 삼겹살 대신 목살이었죠. 물론 잘 구워진 마늘과 함께 상추에 쌈 싸 먹는 그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하얀 쌀밥까지 곁들이니, 이건 뭐 한국인의 소울푸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자주 즐기지는 못하지만, 저에게 삼겹살은 마치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존재입니다.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끝없이 고기를 흡입하는 제 친구들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저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200~300g 정도가 고작인데 말이죠.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고깃집에 가면 저는 주로 '굽기 담당'입니다. 맛있게 구워진 고기를 친구들 앞에 놓아주는 것으로 만족하죠. 저는 조금씩 맛만 봅니다.
하지만 술도 마시지 않고, 고기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저는 친구들이 술 먹고 집에 갈 때 태워다 주고 집에 오면 2시간 가량이 걸립니다.
친구들아, 이 글 보고 있니? 너희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오늘도 맛있는 고기 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고맙다!